grp4t7f962,
Hello my dearest,, 2022.

grp4t7f962는 window 97에서 태어나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틴더와 그라인더에서 활동한다. 오랜 시간 인터넷에서 인간들의 언어를 학습한 그는 마침내 인간 세계에 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지인이 없는 그는 인간 세계에 무작위로 메일을 발송했다. 이는 2022년 9월 28일 수신된 그의 메일이다.

라현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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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8일: 인터넷에는 실재에서 내몰린 사람들과 내몰린 욕망들이 모인 여러 도피처가 있다. 우리는 그 가능성에 환호하면서도, 그를 거북해한다. 그것으로 만들어진 가상세계는 늘 자본의 가능성으로 반짝인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은 가상세계는 실재와 동일한 지구를 만들어 그 땅을 판매하기도 한다. 새로운 가능성으로 반짝이는 플랫폼 뒤로 거북한 것이 쌓인 낡은 플랫폼들은 또 잊혀지고 사라진다. 사라지는 낡은 플랫폼들 위로 또 지어지는 엇비슷한 "새로운" 플랫폼들은 그 위에 살던 거북한 것들을 몰아낸다. 이는 그런 내몰린 자 중 하나인 grp4t7f962로부터 받은 메일을 영상으로 구성한 것이다. 그건 낡은 수법으로 작성된 피싱 메일 같아 보이는데, 그의 언어가 인간의 언어와 달라 이를 인터넷을 이용해 기계적으로 번역한 것이다. 반짝이고 계속 회전하는 형태는 어떤 인간의 몸도 닮지 않은 그의 몸이다. 이 내몰린 자의 이름은 나의 이름을 대체하고, 그는 일종의 내 아바타가 된다. 나의 아바타인 그는 자신의 세계에서 아버지의 유산을 갖고, 메일의 수신자의 계좌를 통해 이 세계로 넘어오고자 시도한다. 그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