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투지, 2023

생각의 기초가 언어라 상상한다면, 어눌한 언어는 생각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이곳은 한국어를 사용하면서 독일어에 도달하는 어떤 곳이다. (아니, 사실은 도달하지도 조금도 움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독일어에서 한국어로 향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각기 다른 언어로 교차되어 전개되는 자음과 모음, 거기서 상상되는 단어들은 어떤 a to z, 그러니까 어떤 모든 것-완결성을 구성한다. 이는 하나의 마음에서 출발해 세계로 향하는 시다. (아니, 어쩌면 여러 마음일 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마음은 이미 세계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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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6일: 독일어를 배우기 이전의 내 세계는 지금보다는 좀 더 명확했던 것 같다.

2023년 9월 3일: 언어는 생각의 기초가 된다 언어는 차별의 근거가 된다 언어는 무지의 표현이 된다 언어는 관용의 초석이 된다

2023년 10월 9일: 가부터 하의 순서로 나열되는 독일어 단어들과 일치하거나 일치하지 않는 단어들은 독일어로도, 한국어로도 모두 설명되지 않고 오류가 가득한 세계를 구성한다. 이들은 제대로 섞이지도, 완전히 이동하지도 못하고 양쪽 세계를 혼란스럽게 한다. 단어장과 같은 이름들이 붙은 책상 위에 전개되는 이 단어들은 양쪽 언어 화자에게 모두 실패를 부여한다. 그 실패가 안내하는 이 세계는 오염되고 뒤섞인 언어로 가득한 불협화음의 세계. 이내 소통되지 않는 언어, 쪼개어진 말들이 기능하는 대신 유희하는 공간으로 이어진다.